가슴으로 걷는 올레 900리
휘적휘적 걷고는 있지만 몸과 맘이 따로 논다. 시선은 송림 사이 빈틈으로 보이는
수평선을 힐끔거리거나, 이름 모를 관상수를 훑어보지만 몸은 빈 몸이 되어 무의
식적으로 휘적거리고 있다. - 주상절리로 가는 길에서
만약 올레길이 없었다면 즐거움으로 채워야 할
내 삶의 한쪽 공간이 비어 있을 뻔했다. - 문도지 오름에서
어제와 오늘이 같을 수 없듯이 길도 그냥 제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길 위를
스쳐가는 세월이 온갖 풍상을 길 위에 내려놓고 간다.
- 큰소낭 숲길을 지나 오시록헌 농로로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