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
코로나로 인해 국내 여행은 물론 모든 여행이 어려워진 지금, 1989년부터 2021년까지 거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여러 나라를 다닌 필자는‘여행을 놀이로 다닌 것’임에 틀림이 없다.
1989년 12월 재직 중이던 대학에서‘교양국어’를 강의하며 좀 더 진솔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자 떠난 인도여행을 시작으로, 일본의 아스카, 오사카, 교토 여행지에서 발견한 고구려, 백제, 신라를 연상시키는 많은 유물들을 학자의 안목이 아닌 여행자의 마음으로 사진과 함께 펼쳐놓았다.
특히 요즈음처럼 부처님 성지순례지가 정리되어 있지 않던 시절, 30년 전의 인도성지 순례 이야기는 순진함과 용기를 뛰어넘은 이전부터 이어온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한다.
필자는 네 번의 인도여행을 하였지만 처음 여행 한 인도 곳곳의 모습과 받은 감명을 지금도 가장 소중히 간직하며, 이 책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이야기와 사진들을 실어 놓았다.
그러나 그 걸음이 필자를 한국어학 학자인 자신을 불교학자가 되어 불교신도로써 곳곳의 유물을 보게 하는 안목을 길러주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필자는 그 후 일본과 대만을 여행하며, 불교문화 유적지를 인연이 된 도반들과 함께 동행하거나, 다람살라에서는 달라이라마를 두 번이나 친견하게 되는 가피의 순간을 겪기도 한다.
2006년 희귀암 선고를 받고는 의사 수술 대신 달라이라마가 인정하신 제자인 청전스님,‘다람살라 닥터’라고 불리고 있던 청전스님을 만나 달라이라마가 계신 촐라캉 사원과 그 옆에 있는 절 남걀사원을 한 바퀴 도는‘꼬라’성지 순례를 하고 티벳 절 수행인‘전체투지 108배’를 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책에서는 여행지 각 곳에서 만난 인연의 이야기와 그 당시 모습의 생생한 불교 유적지 사진과 사람들의 모습, 생활의 내면까지 볼 수 있어 지금이라도 당장 그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일어나게한다.
부처님 성지순례지가 중심이 아닌 남인도 지역 여행에서는 풍요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한 상상을 하게하여 여생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을 품을 정도로‘인도기행 2편’을 기대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책에서 자세히 안내한 일본의‘아스카’여행 이야기와 곳곳의 일본 여행기는 지역의 역사, 생활환경과 함께 우리나라와 연결된 인물과 문화를 살펴보면서 일본과의 문화교류의 필요성을 새삼 갖게 한다. 일본의 중요 불교 유적지와 함께 소개하는 대만의 여행은 보시와 봉사로써 이루어진 대만불교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불교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지향할 불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 곳곳과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유럽의 문화 뿐 아니라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곳곳의 모습은 우리들이 여행자의 꿈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곳에서 또한 불교에서 가르치는 인연의 소중함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으니 지금 자신의 살림이 꾸려지는 모습이 미래에 어떤 인연을 오게 할지 살필 수 있어서 현재의 삶의 모습을 다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동유럽 옛 유고 여행은 30년 동안 이어져 온 필자의 여행을 통해 앞으로 함께 다시 둘러보고 싶기도 하다. 한편 여생을 보내고 싶은 몇 곳을 안내하고 있으니, 우리도 책을 통해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할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