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국수
자유와 평화를 마음속에 품고 사는주민규 시인의 두 번째 시집꿈꾸었던 세상이 더디게 사라지길 바라면서주민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젖은 국수』를 관통하는 정서는 산동네 풍경, 시골, 젖은 국수다. 시집 안에는 ‘좁은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으슥한 곳에 숨어서’ 첫 이별을 하는 연인이 있는가 하면, 값싼 젖은 국수를 사가지고 돌아가야 하지만 마른 국수 가락에 시선을 빼앗긴 ‘나’가 등장하며, 호랑이가 되고픈 고양이가 등장한다.가난하여 배를 채우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던 유년 시절은 이미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마음속에 나비를 품고 사는 시인은 일탈을 꿈꾸었으나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여전히 인문학을 외면할 수 없어 펜을 든 시인의 눈에 비친 세상을 시집 안에 담았다. 때로는 차돌멩이처럼 단단하게, 때로는 허허롭게 담아낸 시에선,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