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자르는 가게
저학년 사과문고 6권. 이야기 미용사 ‘검은 고깔모자 아저씨’가 아이들의 지친 마음을 도닥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 현준이는 친구 동수의 거짓말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찾아간 '기억을 자르는 가게'에서 기억을 자르는 ‘검은 고깔모자 아저씨’에게 동수 기억을 모조리 잘라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그런데 되레 현준이는 잊고 있었던 동수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도대체 현준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책의 작가는 동수가 미워서 동수 기억을 몽땅 없애 버리고 싶은 주인공 현준이도,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해서 현준이에게 누명을 씌운 동수도 전혀 탓하거나 훈계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 마음속에 떠오르는 갖가지 감정들을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준다. 무작정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감싸 안음으로써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친구’가 어떤 존재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지금은 싸우고 다퉈서 나쁜 기억투성이의 못된 친구로만 여겨질지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을 나눈 소중한 친구였던 적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기억을 자르는 가게>를 통해 이야기한다. 관계를 어느 한쪽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 낼 힘을 길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