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강가에 앉아
2014년 《한국시》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서석철 시인, 『바람의 손』, 『말의 사원』을 이어 세 번째 시집 『은하수 강가에 앉아』를 발간하였다.
1부 〈텃밭에 민들레처럼 눌러앉아〉, 2부 〈안으로 삭인 심중은 저릿하다〉, 3부 〈윤슬의 풀밭에 몸을 비벼〉. 91편의 시편을 3부에 나눠 실었다.
서석철 시인의 시는 서정시가 대화적 소통을 통해 자기 성찰의 태도를 견지하는 과정을 선명하게 함축한다. 시인이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취하는 자세를 우리는 서정시의 전형적 태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귀한 서정시의 영역을 들려준 시집 『은하수 강가에 앉아』는 시인의 심화된 자의식과 확장된 타자 의식을 동시에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설 요약│새로운 삶의 질서를 가능케 해준 근원적 마음의 힘
서석철 시인의 시집 『은하수 강가에 앉아』는 시인 스스로 자연 친화적 생활을 통해 구체화된 농경적 마음의 드라마가 가득 펼쳐져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서정의 화음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스스로 언어를 건네게끔 해주는 속 깊은 사유와 감각에서 발원한다. 이러한 사유와 감각을 통해 사물의 본성을 고스란히 살려내는 데 힘을 기울인다. 스스로의 경험을 노출하지 않고 사물의 본래적 속성을 암시하는 데 몰입함으로써 사물이 견지하고 있는 순리의 흐름을 그대로 담고자 하였다. 이러한 자연과의 교호 과정을 거쳐 시인은 자신이 살아왔고 또 살아가야 할 삶의 표지(標識)를 유추하고 성찰하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는데, 그 유비적 방법을 통해 다시 새로운 사유와 감각으로 나아가고자 한 결실이 말하자면 이번 시집의 경개(景槪)인 셈이다.
서석철의 서정시는 자연의 신성한 기운을 통해 여기저기 난파된 내면의 움직임을 보듬어내는 치유력이 강렬하게 깃들어 있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이미지들을 힘껏 감싸안으면서 새로운 대체 질서를 열망해 가는 리듬이 단단하게 착색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일상의 세목을 재현하는 신중함과 함께 그 세계 안으로 강렬한 호흡을 불어넣음으로써 기억 속에 편재하는 존재의 시원에 대한 사유와 감각을 구현해 간다. 사물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관찰하면서도 존재의 시원을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서석철의 서정시가 우리 시단의 한 개성적 진경(進境)을 보여주는 세계임을 알게 된다. 나아가 서석철 시인은 옹색한 현실을 자유롭게 떠났다가 오랜 시간을 통과한 후 다시 자신으로 귀환하는 선순환 형식을 자신의 예술적 원형으로 이루어간다. 시인은 천천히 사라져가는 시간을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이러한 자신의 원리를 견고하게 이어가고 있다.
또한 시인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타자를 발견하면서 우리 눈에 포착되지 않는 주변적 존재자들을 새롭게 호명해간다. 이러한 웅숭깊은 시선을 수원(水源)으로 하여 발화한 그의 시편들은 그 스스로에게는 새로운 화법을 부여하고 우리에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타자들의 삶을 만나게 해준 것이다.
서석철 시인의 시는 언어의 회귀적이고 대화적인 기능을 존재의 말건넴과 소통 과정에 둠으로써 서정시가 대화적 소통을 통해 자기 성찰의 태도를 견지하는 과정을 선명하게 함축한다. -유승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