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사체가 보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용감한 형사들〉 이전에『수사연구』가 있었다!소설 쓰는 편집장이 들려주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이야기피로 물든 현장, 범인의 흔적, 형사들의 수사 과정…그 금기의 보고가 세상에 나온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최삼호 PD(「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경찰관과 국정원 요원들의 숨겨진 교과서대한민국 유일의 범죄 수사 전문지『수사연구』의 밀봉된 페이지가 열린다!『수상한 식모들』과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각각 ‘문학동네소설상’과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박진규 작가에게는 소설가 말고 또 다른 직업이 있다. 바로 40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유일의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편집장이라는 것이다. 일반인 중에 월간지 『수사연구』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비밀스러운 잡지는 수십 년간 경찰 관계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 내려오며 명실상부한 살인 사건 교재이자 참고 자료가 되어왔다. 이 잡지에는 안에 담긴 사체 사진과 기사의 내용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아예 밀봉된 페이지도 있었다.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사연구』는 강력반 형사들과 국정원 요원들이 아끼는 잡지, 나아가 「그것이 알고 싶다」나 「용감한 형사들」 같은 프로그램의 제작진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범죄 수사의 보고’였다.2017년 프리랜서 기자로 『수사연구』와 인연을 맺은 박진규 작가는 지금은 편집장과 취재 기자를 겸하며 매달 새로운 사건, 새로운 형사들을 만나고 있다. 이 책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특수 잡지의 히스토리부터 그가 취재한 12건의 살인 및 강력 사건의 수사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형사들의 피·땀·눈물을 생생히 담았다. 작가는 이 책이 “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취재 당시 느낀 “감정들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수법의 범죄와 억울한 죽음들을 마주한다. 사망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온몸이 칼에 찔리고 불태워진 채, 이불에 매달려 바다에 뜬 채, 신체가 제멋대로 비틀린 기괴한 자세를 한 채로 발견된다. 흉기는 또 어떤가.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부터 니코틴 원액이 담긴 주사기, 야구 배트, 그리고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찔한 사각 모양의 중식도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이 모든 사건의 담당 형사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사진을 볼 때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 그 뜨거운 피를 참지 못해 탐욕에 이르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간성의 밑바닥에 자리한 치졸하고 추악한 민낯, 인간 존재의 어두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취재기는 ‘범죄의 재구성’이자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거대한 라이브 리포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