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딱지
어른들의 이기심을 뒤집는 속 시원한 딱지치기 한 판!
몇 년 전부터 높은 담이나 철문을 세우는 아파트가 많아졌습니다. 원래 누구나 자유롭게 지나다니던 길을 사유지라는 명목으로 아파트 주민들만 드나들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아파트 주민들은 아무나 드나들게 하니 소음과 쓰레기 문제가 심하고, 범죄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아파트가 생기기 전부터 길을 이용하던 인근 주민들은 멀리 돌아가야 해서 불편하고 은근히 차별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을 쓴 최은영 작가도 같은 경험을 하고, 빤히 들여다보이는 어른들의 이기심에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에 어린이의 순수한 동심으로 어른들을 일깨우고 아이들에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진정한 가치를 전하고자 《절대 딱지》를 썼습니다. 단편으로 〈제5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뒤,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깊은 울림을 주는 장편 동화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선표는 소꿉친구이자 오랜 경쟁 상대인 혁우에게 딱지 대결에선 이겼지만, 과학 발명품 경진 대회 참가는 밀려 속상한 기분으로 집에 옵니다. 엄마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엄마는 부녀회 일에 앞장서느라 바쁩니다. 부녀회에선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아파트 후문에 철문을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지요.
혁우와 서먹해진 선표는 새로 전학 온 성화와 친해집니다. 그런데 엄마는 성화가 가정 형편이 어렵고 임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성화와 어울리지 말라고 합니다. 선표는 그런 엄마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선표에게 성화는 그 자체로 좋은 친구이니까요. 선표는 어른들이 만든 철문 때문에 친구인 성화가 학교 다니기 불편해진 것이 안쓰럽고 속상하기만 합니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선입견이 만들어 낸 철문은 선표에게 거대한 괴물로 비쳐질 뿐입니다.
《절대 딱지》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선표와 성화, 혁우이지요. 세 아이들은 순수한 동심의 힘으로 어른들의 이기심에 속 시원한 강펀치를 날립니다. 선표는 어른들에게 철문을 왜 세워야 하는지 진지하게 묻고, 엄마의 억지에도 나름의 근거를 들어 반박합니다. 성화는 임대 아파트에 사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기죽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인 어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아량을 베풀어 어른들보다 더 성숙한 인격체의 면모를 보이지요.
아파트 부녀회장인 엄마를 따라 친구들을 무시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했던 혁우의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끝까지 완고한 어른들과 달리, 혁우는 자신의 본심을 깨달은 뒤 마음을 돌이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립니다.
어쩌면 아이들 사이에는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의 그릇된 생각과 선입견을 아이들에게 억지로 투영하려 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까지 휩쓸리고 상처를 입었던 것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선표의 한마디는 이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문제라니까, 우리끼리는 아무 문제없는데 말이야.”
이 책의 제목인 ‘절대 딱지’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이웃과 담을 쌓고 이기심을 공고히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딱지이지요.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전혀 필요치 않은 딱지입니다. 언제든지 딱지치기 놀이를 하며 서로 따고 잃을 수 있는 하찮은 딱지에 불과할 뿐이지요. 이깟 딱지 하나로 편 가르기를 하려는 어른들의 유치하고 그릇된 심보에 이만큼 강력한 일침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때로는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배우고 깨달음을 얻어야 합니다. 세상의 때가 묻은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동심은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신랄한 가르침이 되곤 하니까요. 《절대 딱지》를 읽고 어른들의 이기심과 편협한 모습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가족이 함께 읽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읽기의 즐거움〉 시리즈
책 읽는 재미를 발견하기 시작하는 3, 4학년 초등 중학년과 더 나아가 좀 더 깊이 있는 독서가 필요한 5, 6학년 초등 고학년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동화를 골라 모은 시리즈로, 어린이들에게 동화 읽는 즐거움을 안겨 주고자 합니다. 재미와 감동, 빼어난 문학성을 갖춘 이야기들을 엄선하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는 것이 이 시리즈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읽기의 즐거움 시리즈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책과 즐겁고 행복한 만남을 이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출간 순서〉읽기의 즐거움 15 _ 양심에 딱 걸린 날(다니엘르 시마르 글ㆍ그림)
읽기의 즐거움 16 _ 착한 편지, 고마워(고데마리 루이 글 | 다카스 가즈미 그림)
읽기의 즐거움 17 _ 내 친구 쫄바지 코끼리(아네테 헤어초크 글 | 실비오 노이엔도르프 그림)
읽기의 즐거움 18 _ 가족을 깜빡한 날(다니엘르 시마르 글ㆍ그림)
읽기의 즐거움 19 _ 질투의 왕(다니엘르 시마르 글 | 카롤린 메롤라 그림)
읽기의 즐거움 20 _ 비밀 가족(최은영 글 | 이덕화 그림)
읽기의 즐거움 21 _ 아빠, 안녕(마리오 브리사르 글 | 쉬아나 베렐스트 그림)
읽기의 즐거움 22 _ 뚱뚱 학교 황금 똥 누는 날(김현태 글 | 김유대 그림)
읽기의 즐거움 23 _ 피자 선거(임지형 글 | 이예숙 그림)
읽기의 즐거움 24 _ 고민 들어 주는 큰입이(임지형 글 | 지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