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필묵의 서정

필묵의 서정

저자
박형순 저
출판사
좋은땅
출판일
2026-03-06
등록일
2026-07-08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63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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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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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시간 참 빠르다.
어느덧 종심(從心)의 나이가 되었다.

나의 제2 문집인 “세움에 대한 단상”을 발간한 이후 새 문집을 발간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그 이유는 순전히 나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매일 붓을 잡고 서예를 하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서 침묵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심이 고장 났다.
자연히 시와의 거리가 멀어졌다.

나의 기준으로 보면 시라는 것도 젊어서 쓰는 것이다. 나는 아직 젊다고 억지를 부리며 끄적거려 보았지만, 짜릿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밋밋할 뿐이었다. 자연히 침묵의 시간이 길어졌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시구(詩句)가 떠올라도 앞과 뒤를 잇기가 힘들었다. 대신 그에 어울리는 한자(漢字)들이 머리를 빙빙 돌았다. 그래서 한시(漢詩)에 매달렸는지 모른다. 이에 이번 문집에서는 과감하게 한시(漢詩)를 실었다. 한문 고수들의 질타가 있으면 감수하련다.

순서는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부터 게재하였고, 서예와 관련하여 썼던 글을 다음 순서로 하였으며, 여러 번 씹어야 맛이 나는 한시는 뒤에 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써 내려간 수필은 소소한 일의 한 장면, 스쳐 지나간 인연, 문득 떠오른 생각들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삶의 작은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서예와 관련된 글들은 붓끝에서 익은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자 했던 흔적들이다. 서예는 단순히 글씨를 쓰는 일이 아니다. 붓을 드는 것은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며,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붓끝에 담긴 숨결은 곧 나의 성정(性情)이다.

뒤에 실은 한시들은 오랜 세월 내 마음을 적셔온 시의 조각들이다. 때로는 자연의 품에서, 때로는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붓끝의 리듬으로 묵향에 젖어 불러 본 노래들이다.

돌이켜 보면 글을 쓰고 붓을 잡는 일은 언제나 나에게 즐거움이었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을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나를 비추어 보며 하루하루를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여기에 게재된 글들은 당연히 내 안의 작은 목소리로 내가 걸어온 삶의 흔적들이다. 일상의 단상들을 모아 한 줄의 글, 한 편의 시로 담았다. 내 삶의 조용한 순간들이 먹빛을 타고 번져 나갔듯, 이 글들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먹빛으로 번져 읽는 이에게 고요한 향기로 스며든다면 큰 기쁨일 것이다.

2026년 정월 삼각산 자락에서

제남 박 형 순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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