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의 실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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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것은 옷이 아니다.
뒤틀린 인연과 조각난 명운이다.”
조선 왕실의 바느질 비기와 한국 전통 ‘바리공주’ 설화의 매혹적인 만남!
인간의 생사(生死)와 명운을 꿰매는 침선비의 잔혹하고 아름다운 다크 판타지 로맨스.
가문을 무너뜨린 적들의 기만과 정혼자의 잔인한 배신으로 절망의 나락에 떨어졌던 스물두 살의 한청아.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수천 년 동안 신들의 옷을 지어 올리던 천상의 침선비, ‘바리’의 억겁 같은 기억이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며 10년 전의 오늘로 회귀한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금기를 범하겠노라 다짐한 청아는 인간의 명운을 잇고 끊는 신성한 실들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적들의 탐욕을 파멸시키는 ‘독사(毒絲)’와 가식을 벗겨내는 ‘무색사(無色絲)’로 처절한 신벌의 바느질을 집행하는 그녀. 그러나 인과를 뒤흔든 대가로 그녀 역시 심장이 타들어 가는 가혹한 업보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매일 밤, 이승과 저승의 차원이 흐려지는 새벽 3시.
자욱한 저승의 검은 안개를 뚫고 낡은 수선실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는 불청객, ‘검은 사자’가 등장한다. 창백한 피부와 은빛 눈동자, 피 대신 검은 연기를 흘리는 찢어진 도포를 입은 저승의 무사. 그는 전생에 바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격과 심장을 통째로 내던진 채 저승의 꼭두각시가 된 그녀의 숨겨진 정인이었다.
“꿰매라. 내 옷을 수선하고, 그 대가로 내 안에 깃든 저승의 서기를 가져가라.”
자신을 오해하고 원망해도 좋으니 그저 살아가라 말하는 사자의 애절한 전생을 마주한 순간, 청아의 가위와 바늘은 오직 적을 파멸시키기 위한 ‘무기’에서 그를 구원하기 위한 ‘기적’으로 거듭난다. 자신의 생명력을 통째로 녹여낸 ‘인연사(因緣絲)’와 달빛의 정기를 자아낸 금단의 실 ‘월하사(月下絲)’로 저승의 법망과 차원의 경계를 무참히 찢어발기며 사자의 텅 빈 가슴에 새로운 맥박을 수놓는 대여정.
증오로 가득했던 수선실의 어둠을 걷어내고, 서로의 영혼을 완벽하게 꿰매어 완성한 가장 단단하고 따스한 인연의 실매듭이 지금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