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아버지’에 대해 이토록 깊은 통찰과 이해를 보여준 소설은 일찍이 없었다.
불의의 의료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천재 뮤지션 신해철이 남긴 ‘아버지와 나’를 한 번이라도 들어 본 남자라면 가슴 먹먹한 가사에 무릎이 휘청거리는 고통스런 감동에 휩싸인다. 그의 가슴 깊숙이 묻혀 있던 아버지가 우리들 가슴에 묻혀 있던 아버지를 불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배중섭이 내놓은 소설 《아버지와 나》에서 우리는 신해철의 노래 가사보다 더 두렵고 무자비한 감동과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아버지’라는 이름에 켜켜이 쌓인 시대의 소명과 가장의 책임감을 온전히 짊어지고 살아왔던 아버지의 어제가, 그와 또 다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오늘의 ‘나’와 애증으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작가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작가는 나와 오버랩 된다. 시나브로 ‘아버지란 누구인가?’라는 무거운 존재론적 질문 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