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
세계와의 소통을 꿈꾸는 자들의 합창
<김포행 막차>의 박철 시인이 소설가의 이름을 얻은 지 10년 만에 펴낸 첫 소설집. 작가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던 김포를 무대로 척박한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 수록작인 <깍새>는 여덟 살 때 고향을 떠난 인물의 고향 방문기를 들려준다. 이발사를 낮추어 부르는 말인 깍새로 통했던 아버지는 집성촌이었던 고향의 권씨 일가에게 뭇매를 맞는 치욕을 당한다. -새 연작이라 할 수 있는 <꺽새>, <흔들새>, <찍새>를 통해 아픈 과거의 상처난 기억을 딛고 고통의 짐을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이 따스하게 그려진다.
이 밖에 동성애자의 일상을 소통의 욕망과 정체성의 문제로 심화시킨 <울돌목 사연>, 세계와의 소통이 단절된 지하생활자의 우울한 내면을 굴뚝새와의 대화로 마무리 지은 <바퀴벌레>, 불우한 과거를 떨쳐버리려는 아내의 욕망을 안온해 보이는 현재의 일상과 포개놓은 <그대의 혼성> 등에서 작가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