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
장기수와 그의 딸의 인생을 찬찬히 묘사한 소설
2005년 「실천문학」신인상 공모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한 박소연의 첫 장편소설. 비전향 장기수를 소재로 정치적ㆍ사회적 소수자의 힘겨운 삶을 역사의 수면 위로 끌어올렸으며, 출옥한 장기수 노인의 삶과 아버지의 부재를 견뎌내며 살아온 딸의 삶을 교차 형식으로 독특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등단작이기도 한 눈부처는 장기수와 그의 딸의 삶을 찬찬히 묘사한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비전향 장기수로 30여 년간 교도소에 있던 김 선생이 출옥한 이후, 딸과 동거하는 동안의 이야기가 작품의 주요 뼈대이다. 늘 가족과 국가는 김 선생의 정치적 자의식을 검증하려 들거나 비판하고 억압하려는 저항점으로 작용한다. 김 선생이 전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가족은 가난과 정치적 탄압이라는 고통을 겪고, 이로 인해 발생한 가족과의 불화는 또 다른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딸 채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매춘녀의 삶은 정치적 폭력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김 선생의 이야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춘녀가 겪는 소외와 고통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전향을 하지 않는 사상범 김 선생을 이데올로기적 세계에서 끌어내 딸 채현의 삶을 통해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작가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현실적 욕망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과 희망을 서술하며 우리 시대의 정치적 윤리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생명주의에서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