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힘을 빼세요!” “힘이 들어갔어요.” 손목에 힘이 들어가니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야단을 친다. 나는 나대로 힘 빼고 치려 노력하는데 아닌가 보다. 기타를 처음 배우던 3년 전의 이야기다. 기타뿐만이 아니라 테니스 탁구 골프 등 운동에서부터 글 쓰는 것과 내면의 마음 쓰기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힘을 빼야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워야 내 것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옷을 얻어 입은 것 같다.
수술을 받았고 퇴직을 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던 어느 날 갑자기 ‘평생 남의 옷을 빌려 입고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지만을 지향하며 일부러 어둡고, 힘들고, 낮은 곳을 외면하지 않았나. 밝고, 멋지고, 높은 곳만을 향해 뛰지 않았나. 평생 앞만 보고 힘을 쓰며 달려오지 않았나. 자책과 후회가 밀려들었다. 우리의 삶은 약간의 위선과 모순으로 뒤섞여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가슴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을 다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뛰는 대신 걷기를 택했다.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오를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갈 때라도 제대로 보자고 다짐했다.
환경을 바꿨다. 감사의 마음으로 힘을 빼니 주변이 새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도 사람도 멋지고 아름답기만 하다. 이제는 숲속의 길을 걷는 것이 일상이 된 강원도 전원생활에서 얻는 기쁨을 글로 적어보기로 했다. 처음 쓰는 글이니 얼마나 힘이 들어갈까 걱정도 되지만 행복한 이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에 용기를 내어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