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폭서기 11일간 지리산 둘레길 21코스 완주하기
처음에는 몰랐다,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한 줄. 일반적으로 산길은 지그재그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 가는 것이 맞다. 근데 한 사람이 겨우 오를 수 있는 이 좁고 거친 길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는 없는 생짜배기 날것 그대로다. 급경사를 치고 올라가는 데다가 오르다 숨을 고를 만한 작은 공간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배낭을 지고 스틱을 단단히 움켜잡고 한 발 한 발 오르다가, 터억, 헉! 배낭이 나뭇가지에 걸려 몸이 뒤로 휘청했다. 스틱을 움켜 쥐고 겨우 중심을 잡고 서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래는 벼랑, 그 끝은 깊은 계곡. 요란한 계곡 물소리만 골바람을 타고 온 산을 뒤흔들고 있었다. 지금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도대체 무얼 바라 여기 이 길에, 그것도 제 덩치만 한 배낭을 메고 후들거리며 서 있지? 두려움에 닭똥 같은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저자소개
60년생 쥐띠로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월영초, 마산여중, 마산여고를 졸업 후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거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기장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연분홍 치마』, 『풍경으로 걷다가』를 펴냈으며 배우고 가르치며, 걸으면서 놀기를 사랑하고 글 쓸 때 제법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목차
들어가기 가슴에 바람이 일었다010
1부
우리는 몰랐고 그냥016
일 일 오전, 1코스 주천-운봉 구간
임도 한 허리 베어 내어022
일 일 오후, 2코스 운봉-인월 구간
앓는 소리가 잠결에도031
이 일 온종일, 3코스 인월-금계 구간
엄마의 넋두리, 내 고향 함앵 산청044
삼 일 오전, 4코스 금계-동강 구간
남남인데요, 우리052
삼 일 오후, 5코스 동강-수철 구간
차라리 설산을 걸을걸!063
사 일 오전, 6코스 수철-성심원 구간
지금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070
사 일 오후, 7코스 성심원-운리 구간
길 위에서 태양을 굴리며 082
오 일 오전, 8코스 운리-덕산 구간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처럼090
오 일 오후, 9코스 덕산-위태 구간
돌았냐? 엉가, 니!104
이틀간의 웅크림, 휴식 구간
2부
중력에 저항하며111
육 일 오전, 10코스 위태-하동호 구간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118
육 일 오후, 11코스 하동호-삼화실 구간
거뭇거뭇한 솔숲 사이로132
칠 일 아침, 12코스 먹점마을-대축 구간
당신의 ‘삶’이란 시 마지막 구절처럼138
칠 일 오전에서 오후, 14코스 대축-원부춘 구간
인생 뭐 별것 있나!150
팔 일 오전, 15코스 원부춘-가탄 구간
세상천지 나뿐이고156
팔 일 오후, 16코스 가탄-송정 구간
그가 걷던 길을 나도172
구 일 오전, 18코스 송정-오미 구간
꼴도 거지인데 마음마저182
구 일 오후, 19코스 오미-방광 구간
지옥 불길에 언니가193
십 일 온종일, 20코스 방광-산동 구간
피터팬의 손을 잡고209
십일 일 한나절, 마지막 21코스 산동-주천 구간
나오기 이게 끝인가?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