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치악산 ‘몽유거처夢遊去處’에서 9년째 살고 있는 남자의 소박하고 유쾌한 숲살이
생에 대한 눈부신 통찰이 그려진 사람 냄새, 숲 냄새 나는 에세이
많은 사람들이 숲속의 삶을 꿈꾼다. 모닝콜 대신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고,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직접 재배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에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숲에서 사는 대신, 잠깐이라도 도시에서의 일상을 벗어나 자연이 주는 위안을 느끼고자 주말마다 산을 찾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이런 많은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여행자’가 아니라 ‘숲의 생활인’이 된 그는 시인 정용주이다.
저자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대신 흙과 나무가 있는 곳을 자신의 거처로 선택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맑고 깨끗하지만, 홀로 사는 그의 움막은 적막하고 쓸쓸하다. 그 적막 속에 그가 느끼는 고독마저도 이제는 그의 친구가 되었다. 숲은 봄에는 온갖 나물을 주고 가을에는 열매를 주었다. 조금 게을러도 사람을 굶겨 죽이지 않는 숲에서 그는 자신의 시간을 좀더 스스로가 원하는 곳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고독과 함께 자유도 얻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자유. 가만히 앉아서 물웅덩이에 일렁이는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내가 나무인지 물인지 싶은 시간, 나는 나무이기도 하고 또 물이기도 하다는 깨달음 역시 숲의 삶이 주는 선물이다.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 하는 판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정 ‘나의 행복’이고 ‘내가 원하는 삶’인지 질문하는 게 아닐까?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열매를 거두는 농부, 밤이면 노란 종이 등을 밝히고 시를 쓰는 시인, 필요한 물건은 직접 만들어 쓰는 창조적 인간…… 물질에 지배받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그의 삶. 관념으로서만 존재하는 행복이 아니라 실존을 통째로 사는 그의 삶에, 행복에 가까운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저자의 글들은 무엇이 행복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지 우리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