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우체국》 《팩토텀》 《여자들》 《호밀빵 햄 샌드위치》 《할리우드》 《펄프》 등 60여 권의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출간한 아웃사이더 찰스 부코스키. 미국 주류 문단의 이단아에서 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최고의 작가가 되기까지, 그 위대한 여정의 시작.
“우리 잡지에 일주일에 한 번씩 칼럼을 써 줄래?”
1969년 찰스 부코스키가 존 브라이언이 조그만 2층짜리 월세방에서 창간한 지하신문 《오픈 시티》에 14개월 동안 연재한 칼럼을 엮은 산문집이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술에 취해 내뱉는 음탕하고 거친 언어 뒤에 숨은 깊은 사유,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깨달은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어느 작가에게서도 볼 수 없는 유머와 재치를 겸비한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찰스 부코스키 식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 준다.
“어느 날 경마가 끝난 뒤 자리에 앉아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이라는 제목을 쓰고 맥주를 한 병 땄고, 알아서 글이 술술 풀렸다. (중략) 살짝 무딘 칼날로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후벼 파지도 않았다. 그런 건 《디 애틀랜틱 먼슬리》 칼럼에서나 필요하다. 평범하고 부주의한 잡지 기사처럼 쓴 것도 아니었다.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그냥 창가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나오는 대로 썼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쓰고 싶은 걸 썼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중에서
《우체국》 《호밀빵 햄 샌드위치》 《여자들》 등을 통해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 찰스 부코스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유명한 묘비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여자와 술, 경마에 빠진 그의 분신이자 음탕한 늙은이 ‘헨리 치나스키’의 초석이 되는 산문집으로, 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작가를 읽을 예정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책이다.
부카우스키는 당대 미국의 가장 저명한 시인이자 산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모방되는 시인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부카우스키는 1920년 독일 안더나흐에서 미국 군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왔다. LA에서 자라고 도합 50년간을 살았으며, 마흔아홉 살에 한 출판사의 제안에 따라 전업 작가가 될 때까지 오랫동안 하층 노동자, 우체국 직원 등으로 일했다.
스물네 살 때인 1944년에 첫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자 스물여섯부터 십 년간 글쓰기를 포기했다가 서른다섯 살에 큰 병을 앓고 난 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94년 3월 9일 캘리포니아 주 샌피드로에서 일흔셋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소설 『펄프』(1994)를 막 완성하고 난 뒤였다. 부카우스키는 생전에 『우체국』(1971), 『팩토텀』(1975), 『여자들』(1978), 『햄 온 라이』(1982), 『할리우드』(1989) 등의 장편소설과 시집, 산문집 등 마흔다섯 권 이상의 저서를 냈다. 작가 사후에도 『가장 중요한 건 불속을 뚫고 얼마나 잘 걷느냐는 것』(1999), 『철야 영업 중?신작 시집』(2000) 등 여러 권의 책이 편집, 출간되었다. 그의 작품은 현재 10개가 넘는 외국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처에서 읽히고 있다.
서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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