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에 꽃은 피고
김명옥 시인이 안고 온 시를 여러 편 읽었는데 읽는 시마다 마음이 끌린다. 그는 시를 쓰기 전에 공양으로 화필로 시화전으로 시의 빗장을 열 열쇠閱金를 마련해 왔다. 그는 스스로 지상의 지문을 그리듯 사랑을 그린다고 했다. 자화상 그리기에도 있다.
“허공에 갇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저 여자/ 겹겹이 쌓인 시간의 껍질을 벗겨/ 여자를 발굴하
는 작업//… 어쩌다가 눈이 마주치면/ 서둘러 외면하고 싶은 저 여자”(「자화상 그리기」 부분)
그러나 첫 시집이 나오면 저 여자의 위상도 달라질 거라 확신하며 붓을 놓는다.
― 이생진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