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 중인 우리들에게 고하는 유쾌한 선언,“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성장소설. 급성장의 궤도를 달리던 전후 일본사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열일곱 살 청춘들의 축제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1969년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작가가 당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쓴 『69 sixty nine』은 일본에서만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각계각층 명사들의 추천 도서로 꾸준히 언급되는 등 무라카미 류의 대표작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집필 당시 32세였던 작가는 이 자전소설을 쓰면서 1969년을 “인생에서 세 번째로 재미있었던 해”라고 말했다. 작품 제목인 ‘69’의 1969년은, 파리학생운동의 여파로 도쿄대학이 입시를 중지하고, 히피들은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고, 드골은 권좌에서 물러나고, 인간이 달에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 해였으며, 한편에선 베트남전쟁의 총성이 들려오던 격동의 시절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미군 기지가 주둔하던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반미를 외치면서도 그들의 문화와 스타에 열광하고, 반전을 외치면서도 예쁜 여학생에게 열광했던 솔직하고 대담한 고교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류의 소설을 많이 접해본 독자라면 『69』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낯섦은 아마도 이 소설의 밝은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류는 후기에 이 책을 “정말 즐거운 소설이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 마치 싸움을 하듯 ‘축제’처럼 살아갈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떻게 사는 것이 즐거운 인생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한편 『69 sixty nine』은 2004년 재일교포 3세로서 청춘들의 삶과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그려온 이상일이 감독을 맡고,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마사노부가 주연으로 열연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또한 2018년 극장 ‘아트나인’의 ‘일본영화기획전’을 통해 청춘영화의 명작 [69 식스티 나인]이 재개봉되는 등, 국내 처음 출간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라카미 류의 애독자와 영화 팬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청춘 소설의 고전으로 여전히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저자소개
195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태어났다. 나가사키현은 태평양 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가 속해 있는 곳이며, 사세보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제7함대(태평양 함대)의 주요 기항지인 곳이다. 양친이 모두 교사인 가정환경 속에서 미국식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사세보가 미국 길거리문화 일본 유입 1번지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문화색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
한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학교 졸업 때는『소학교 회상기』라는 기묘한 작문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히피문화가 불어치던 당시에 고교시절을 보낸다. 입학하자마자 럭비부에 가입했으나 훈련을 견뎌내지 못하고 탈퇴. 록밴드를 결성하여 드럼을 연주하고, 8밀리 단편영화를 만드는 등 범상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프랑스 68혁명의 영향이 일본에 미친 후인 1969년에는,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 농성의 영향을 받아 학교 옥상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데모 농성을 하는 ‘기행’을 주도한다. 그는 이 일로 무기정학을 당했는데, 『69 Sixty Nine』은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필한 작품이다. 2005년 한국에서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3수 끝에 도쿄에 위치한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진학했으나 1년 만에 중퇴한다. 재학 중이었던 19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신인상 및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1976년 당시 국내 출판사 두세 곳에서 출간됐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물’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당했던 사건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대중문학을 이끄는 Two 무라카미로 불리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 온 무라카미 류는 작품과 인생, 양면에서 아주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실상을 통렬하게 지적해왔으며, 그 방편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룹섹스, 원조교제, 동성애, 폭력, 마약 등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현실을 추수하여 자극적인 주제만을 다루어 온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주목하지 못한 단계의 태아 상태의 ‘현실’을 포착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다룸으로서 새로운 현실의 도래를 예언해 온 경우가 많았으며 그것은 매우 정확했다.
무라카미 류는 가상의 미래사회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간간히 내놓았는데,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타락한 세상을 파괴한다는 『코인로커 베이비즈』, 휴거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는 『바이러스 전쟁』, 미국ㆍ소련ㆍ중국ㆍ영국에 의해 4개로 분할되어 지배되는 가상의 일본을 그린 『오분 후의 세계』 등이 그것이다. 『반도에서 나가라』도 이러한 가상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또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 『69』, 『토파즈』, 『5분 후의 세계』, 『인더미소수프』, 『교코』, 『자살보다 SEX』, 『공생충』 등이 있다.
NHK 라디오 진행, 일본판 플레이보이지 기고, 마이니치 TV 토크쇼 진행, 축구 해설가, 세계 미식가협회 회원, 사진작가 등 문화 전방위에서 활동해 왔으며 쿠바 음악을 전파한 공로로 쿠바정부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넷 환경이 아직 한국보다 불비한 상황에서 전자메일 매거진의 편집장을 현재 역임중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이 국내에서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되는 모습들이 이후에 우리나라에도 나타났거나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1995년 첫 한국 데뷔 이래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 및 저작물은 국내 실정보다 앞서가는 바람에 절판되었다가 재출간된 경우까지 포함해 현재 69종에 이른다. 또한 그는 2010년 11월 작가로써 스스로 전자책 회사를 설립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저자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자책의 형태로 책을 내는 출판의 새로운 형태를 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라카미 류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직접 차린 이 회사 G2010은 일본 전자책 환경에 큰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