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영국의 수공예가 윌리엄 모리스의 주요 강연을 엮은 책이다. 수많은 이력을 가졌던 윌리엄 모리스를 단지 '수공예가'라고만 소개할 수는 없다. 그는 19세기 후반 건축 실내장식에 참신한 전환을 불러온 건축가였고, 스테인드글라스에서부터 태피스트리에 이르는 공예품에 새로운 패턴을 도안한 디자이너였으며, 옥스퍼드 대학으로부터 문학 교수로 초빙되었지만 이를 거부했던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했고,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생태주의자이기도 했으며, 20세기 초 영국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150년 전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살았던 윌리엄 모리스는 당시 세계의 최첨단을 구가한 영국의 산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다. 특히 당대 자본가들이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대량생산 체제를 취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품었다. 그는 자본과 산업이 미래지향적이지 않음을 간파했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근시안적인 사고로 눈앞의 이윤만을 좇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산업의 근본적인 토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윌리엄 모리스가 내놓은 것은 바로 '예술'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예술은 기예(기술, art)이라고 정의된다. 모리스는 이 같은 정의와는 전혀 다르게, 예술을 "인간이 노동하며 느끼는 즐거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 즐거움을 표현해야만 우리는 일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이로써 "그 물건을 만드는 제작자와 그 물건을 쓰는 사용자의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리스에 따르면, 자연 속의 다른 생명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태곳적부터 이 같은 행복을 얻기 위해 애써왔고, 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사람들은 두루 이 행복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량생산 체제의 현대사회는 '노동하며 누리는 즐거움'을 철저히 배격한 채 이윤만을 추구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