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모두가 잠들어 있는 깊은 밤, 아빠와 아들은 옷을 갈아입고 어둠 속으로 길을 나섭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가면올빼미의 눈길을 뒤로하고 숲으로 갑니다. 유일한 빛은 앞장서서 걷는 아빠의 다리를 비추는 전등 빛뿐이지만, 아들은 이마저도 끄고 대신 온몸의 모든 감각을 켭니다. 어둠, 숲의 소리, 아버지의 발소리, 거친 땅 그리고 모든 냄새에 집중합니다. 드디어 걸음을 멈추고 고요함 속에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눈앞의 검은 어둠은 회색이 되고,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변합니다. 밝아지고 따뜻해진 숲의 한가운데서 아들은 잠깐 숨을 멈추고 처음으로 마주한 새벽의 모습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