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글로 세상을 뒤집고, 이름으로 역사를 앞선 사람.
《허균》은 교산 허균의 실제 생애를 바탕으로 쓴 대하 역사 팩션 소설이다.
1569년 강릉 사천의 바다와 교산 이무기 전설 속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조선이라는 단단한 신분제 사회 안에서 어떻게 문장가가 되고, 관료가 되고, 이단아가 되고, 끝내 역모의 이름 아래 죽음에 이르는지를 따라간다.
허균은 깨끗한 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천재였고, 방탕했으며, 예민했고, 위험했다.
누이 허난설헌의 재능과 비극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았고, 서얼 스승 이달을 통해 조선의 차별을 배웠으며, 기생들과 시와 술을 나누며 양반 사회의 위선을 비웃었다. 관직에 오르면 누구보다 날카롭게 일했지만, 번번이 조선의 질서와 충돌했고, 파직과 유배와 복귀를 반복했다.
이 소설은 허균을 위인으로 세우지 않는다.
또한 그를 단순한 난봉꾼이나 역적으로도 가두지 않는다.
그가 사랑한 사람들, 그가 배신한 사람들, 그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그가 끝내 글 속에 남긴 분노를 함께 따라간다.
허난설헌은 이 작품에서 장식적인 누이가 아니다.
그녀는 조선이 천재 여성을 어떻게 질식시키는지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그녀의 시와 죽음은 허균의 내면에 오래 남아, 훗날 그가 조선을 바라보는 가장 깊은 상처가 된다.
『홍길동전』은 이 이야기의 심장이다.
이 작품은 허균이 현전 한글 『홍길동전』을 그대로 썼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허균의 삶과 시대, 서얼과 백성의 울분, 유배지의 밤과 조선의 닫힌 문들이 어떻게 하나의 원형 서사로 응축되었는지를 소설적으로 그린다. 홍길동은 한 사람이 아니라, 조선이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1851년 한양의 세책방에서 시작되고 다시 돌아온다.
낡은 필사본 속에서 발견된 홍길동의 이름은 한문에서 언문으로, 사대부의 글에서 백성의 입으로 옮겨 간다. 1618년 죽은 허균의 몸은 사라졌지만, 그의 문장은 더 오래 살아남는다.
《허균》은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라,
글이 권력보다 오래 살아남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조선의 오래된 질문이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걸어오는 이야기다.
목차
프롤로그. 1851년, 낡은 궤짝의 글자
1화. 사천 앞바다는 아이 울음보다 먼저 바위를 울렸다
2화. 애일당의 하루는 늘 바다 냄새가 났다
3화. 초당의 사랑방에는 조선이 먼저 늙어 있었다
4화. 누이는 달의 궁전을 짓고, 동생은 흙바닥에 용을 그렸다
5화. 한양의 골목은 바다보다 좁았다
6화. 손곡 이달은 문밖에서 시를 가르쳤다
7화. 연밥 하나가 소녀의 얼굴을 붉혔다
8화. 진달래 화전 위에 신선의 발자국이 내려앉았다
9화. 국화차는 맑았고, 혼담은 조금 썼다
10화. 대례상은 높았고, 누이는 작아 보였다
11화. 누이는 잘 지낼까
12화. 아버지의 손은 따뜻했으나, 조정의 말은 차가웠다
13화. 상주 객관의 밤이 막내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14화. 상복 속에서도 글자는 살아 움직였다
15화. 이무기는 아직 용이 아니었다
16화. 시집간 여자의 방에는 문이 너무 많았다
17화. 손곡의 술잔에는 벼슬하지 못한 봄이 담겨 있었다
18화. 규방의 등불은 시보다 먼저 꺼졌다
19화. 허봉의 말은 곧았고, 곧은 말은 오래 살지 못했다
20화. 젊은 허균은 아직 자기가 무너질 줄 몰랐다
21화. 왕은 북쪽으로 갔고, 백성은 흩어졌다
22화. 피난길의 아이는 이름도 얻지 못했다
23화. 강릉은 피난처였으나, 바다는 아무것도 위로하지 않았다
24화. 학산의 나무꾼은 시인들을 베어 보았다
25화. 전쟁 속에서도 과거장은 열렸다
26화. 승문원의 붓은 피 묻은 나라를 고운 말로 썼다
27화. 강릉지는 고향을 종이에 묶는 일이었다
28화. 중시 장원, 조선이 천재를 인정한 날
29화. 지도 위의 중국은 조선을 작게 만들었다
30화. 허균은 아직 압록강을 건너지 않았으나, 눈은 이미 북쪽을 보았다
31화. 황해도 관아의 쌀가마에는 모래가 섞여 있었다
32화. 백성은 허균을 기억했고, 조정은 기생만 기억했다
33화. 다시 부른 것은 인품이 아니라 문장이었다
34화. 동작포의 물살은 세금 냄새가 났다
35화. 빈 가마니 하나가 나라보다 무거웠다
36화. 부안 객사, 비와 거문고
37화. 서울의 불빛은 허균을 다시 삼켰다
38화. 강릉으로 내려간 사람은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39화. 수안 관아에는 법보다 오래된 장부가 있었다
40화. 두 아이의 논은 문서보다 오래 기억했다
41화. 부처에게 빌린 쌀
42화. 의주 길은 조선의 끝이 아니라 세계의 문이었다
43화. 죽은 누이의 시가 명나라 사신 앞에서 살아났다
44화. 명나라 사신은 허균을 칭찬했고, 조선은 그를 의심했다
45화. 삼척 바다는 염불처럼 울었다
46화. 백성에게는 밥이었고, 조정에는 죄였다
47화. 공주 관아 문밖에는 서얼들이 서 있었다
48화. 금강 물은 양반과 천민을 나누지 않았다
49화. 공주에서 밀려난 허균은 부안 바닷가를 샀다
50화. 매창은 허균의 거울이었다
51화. 서울은 밀어내고, 다시 불렀다
52화. 원주 법천사의 돌은 어머니의 이름을 기억했다
53화. 대독관의 붓은 친족 앞에서 흔들렸다
54화. 함열의 밥은 모래처럼 씹혔다
55화. 굶주린 자가 음식 책을 썼다
56화. 밤마다 한 아이가 찾아와 아비를 부르지 못했다
57화. 율도국은 지도에 없어서 더 진짜 같았다
58화. 해배된 사람은 다시 부안으로 내려갔다
59화. 태인의 밤에는 도적보다 억울한 선비가 많았다
60화. 칠서는 아직 칼을 들지 않았다
61화. 홍길동은 먼저 문장으로 도망쳤다
62화. 조령의 피가 한양까지 흘렀다
63화. 고문대 위에서 이름은 쉽게 변했다
64화. 허균은 친구들을 구하지 못했다
65화. 살아남은 자는 더러운 손을 찾는다
66화. 예조참의의 관복은 상복보다 무거웠다
67화. 광해군의 궁궐에는 밤이 많았다
68화. 천추사의 길은 다시 북쪽으로 열렸다
69화. 북경의 서점은 조선의 금기보다 넓었다
70화. 조선 밖에도 하늘은 있었다
71화. 돌아온 사신은 더 위험한 사람이 되었다
72화. 다시 떠난 길, 압록강은 두 번 물었다
73화. 책은 돌아왔고, 사람은 더 멀어졌다
74화. 좌참찬의 자리에는 칼이 보이지 않았다
75화. 폐모론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정치로 바꾸었다
76화. 기자헌은 허균의 그림자를 보았다
77화. 이이첨은 허균의 붓을 탐냈고, 두려워했다
78화. 권력의 술은 기방의 술보다 독했다
79화. 기준격의 상소는 칼보다 먼저 들어왔다
80화. 허균은 자기 생애를 증거처럼 펼쳤다
81화. 흉서는 아직 붙지 않았으나, 한양은 이미 읽고 있었다
82화. 남대문 성벽에 붙은 종이 한 장이 왕보다 먼저 새벽을 깨웠다
83화. 찢어진 종이는 더 크게 읽혔다
84화. 현응민의 입은 허균의 그림자가 되었다
85화. 허균과 기준격은 마주 앉았다
86화. 우경방의 이름은 구명 편지에서 죄목이 되었다
87화. 허균의 집에서는 책보다 먼저 먼지가 뒤집혔다
88화. 인정문 앞에서 눈빛은 굽히지 않았다
89화. 조선은 결안보다 죽음을 먼저 원했다
90화. 마지막 밤, 홍길동은 말이 없었다
91화. 저자거리로 가는 길은 너무 짧았다
92화. 백관은 차례대로 서 있었다
93화. 허균은 아직 승복하지 않았다
94화. 능지처참, 이무기의 몸이 찢기다
95화. 살아남은 자들도 역적의 집안이 되었다
96화. 허균 사후, 이름은 금기가 되었다
97화. 한문 필사본은 주인을 여러 번 잃었다
98화. 한글 홍길동은 세책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에필로그 1. 1851년, 홍길동은 사람들 입으로 걸어갔다
에필로그 2. 2027년, 흑길동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홍길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