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심판과 참회의 아이러니를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며
카뮈 자신과 동시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낸 작품!
센 강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여자를 구하지 않고 방조한 이후 ‘정상’에서 ‘지옥’으로 추락’을 경험한 변호사 클라망스의 참회와 심판을 통해 카뮈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르트르를 포함한 프랑스 지식인의 모습, 나아가서는 비극의 세기라고 일컬어지는 ‘20세기’를 몸소 겪었던 동시대인들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투영하고 있는 《전락》이 문예 세계문학선 119번으로 출간됐다. 20세기의 양심이라 불리는 카뮈의 작품들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책은, 광복 후 최초의 프랑스어 사전인 《불한소사전》과 《엣센스 불한사전》 등을 편찬했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아시아 최초로 번역해 한국의 프랑스 문학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불문학자 고(故) 이휘영 서울대 교수가 원전을 직접 번역한 작품이다. 책의 말미에는 변광배(한국외국어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의 깊이 있는 해설을 실어 독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방인》에서 “인간이란 어느 정도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했던 카뮈는 《전락》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인간의 반응과 태도를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참회하고 난 후에야 다른 사람의 잘못을 심판하고 단죄할 수 있다는 점을, 또한 이러한 잘못은 20세기를 살았던 모든 이들이 의무적으로 떠안아야 할 몫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소개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출생하였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초등학교 시절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평생의 스승이 된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한 적도 있었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에는 진보적 신문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했던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초기의 작품 『표리(表裏)』(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42년 7월, 문제작 『이방인(異邦人) L' tranger』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여 레지스탕스 조직의 기관지였다가 후에 일간지가 된 「콩바」의 편집장으로서, 모든 정치 활동은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좌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집단적 폭력의 공포와 악성, 부조리함을 알레고리를 통해 형상화한 소설 『페스트』로 문학계의 대반향을 일으켰고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과 니힐리즘에 반대하며 제3의 부정정신을 옹호하는 평론 『반항적 인간』을 발표하여 사르트르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10년 가까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1956년 『전락』을 발표하면서 사르트르에게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57년 『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최초의 본격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 집필 작업에 들어갔으나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쳤다.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라 평가받는 『이방인』에는 살인 동기를 '태양이 뜨거워서'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삶과 현실에서 소외된 철저한 이방인으로,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으며 한편으로는 그 죽음을 향해 맹렬히 나아가는 인간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부조리에 대한 추론을 시작으로 철학적 자살, 부조리한 인간, 철학과 소설, 키릴로프 등 철학적 에세이를 엮은 『시지프의 신화』는 권위에 도전하였다는 벌로 큰 돌을 산 정상에 올리는 행위를 무한정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의 죄를 모티브로 하여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한 측면을 명쾌하게 분석한 철학 에세이다.
1947년 출간된 『페스트』는 그 해의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에서 페스트는 모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 즉 감옥 속의 인간을 상징한다. 카뮈는 주인공인 의사 리외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모순에 찬 삶 평온한 삶 위에 덮친 모순과 허망, 즉 부조리 속에서 그 상황을 직시하고, 낙관적 기대 없이 묵묵히 그 허망과 맞서서 대결하는 인간상을 그렸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책은 『반항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카뮈의 철학적·윤리적·정치적 성찰을 담은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반항하는 인간』은 『시지프의 신화』와 함께 카뮈의 대표적인 시론(試論)이다. 1951년 출간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했던 이 책에서 카뮈는, 폭력과 테러를 역사적·철학적·정치적 맥락에서 살피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한다.
이 외에도 『적지와 왕국』『행복한 죽음』『정의의 사람들ㆍ계엄령』『결혼, 여름』『태양의 후예』『젊은 시절의 글』『스웨덴 연설ㆍ문학 비평』『최초의 인간』『여행일기』『단두대에 대한 성찰ㆍ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전락·추방과 왕국』『안과 겉』 등의 작품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