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찬란한 나날
진중하고 묵직한 문제의식을 날렵하고 유쾌한 신세대의 감각으로 세련되게 펼쳐놓은 조선희의 첫 번째 소설집. 탄력 있는 문체와 흡인력 있는 구성으로 소설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본에 포획된 우리사회 구석구석의 어두운 이면과 상처받고 망가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전작 <열정과 불안>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고백을 들어주는 상담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묶인 11편의 단편들에서도 이 작업을 계속한다. 주인공의 기구한 삶에 대한 기록을 담은 <김분녀의 일생>, <경리 7년>, <햇빛 찬란한 나날>, <메리와 헬렌>, <서울의 지붕 밑> 등 11편의 단편들을 통해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를 성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유쾌하면서도 다소 우스꽝스러운 치료방법들을 제시해 웃음과 해학으로 아픔을 해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