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날개외
이 소설을 지배하는 풍자, 위트, 야유, 과장, 패러독스, 자조 등은 가족, 생활, 성, 돈, 상식 등과 같은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체계를 전복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먼저, ‘나’는 아내가 자행하는 매춘에 대한 의도적인 무관심을 보여준다. 아내가 수상한 외출을 하거나 방에 외간 남자를 불러들여도 분노할 줄 모르며, 오히려 착한 어린아이처럼 “아무 소리 없이 잘 논다.” 그래서 아내의 육체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돈’에 대해서도 전혀 알고자 하지 않는다. 아내가 주는 은화를 모아 아내에게 주고 아랫방에서 함께 잠잘 때까지 주인공에게 은화는 반짝거리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부부관계에 대한 의도적인 무관심은 궁극적으로 현실을 지배하는 화폐의 위력에 대한 전복으로 귀결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