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목판화가 이철수가 말을 했다. 판화 활동 외에 좀체 말문을 열지 않던 그가 많은 말을 했다. 책 한 권 분량의 말을 쏟아냈다. 무엇이 그의 말문을 열게 했을까? 이 책에서 작가는 마음을 말하고, 마음에 대해 얘기한다. 입 무거운 그가 작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웃는 마음』은 이철수가 제천의 평동마을로 거처를 옮긴 이후 25년에 걸친 삶과 사색의 결과물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는 평범한 삶을 통해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한 구도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평범한 삶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다고나 할까? 인간의 노동, 세상살이의 이치, 자연의 사계와 생명의 순환 등에 대한 통찰은 빼어나다. 자연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온몸으로 함께 살아온 탓일 게다. 나무, 풀, 바람, 별, 새, 물, 벌레 등 아주 작은 생명조차 놓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한다. 온몸으로 말한다. 삶, 자연, 마음, 사람의 4부로 나누어 평범한 시골생활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가치와 이치를 이야기한다.
저자소개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과 선가의 언어방식을 끌어온 촌철살인의 화제들 혹은, 시정이 넘치는 짧은 글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깊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 시대 대표 판화가.
1954년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한때 독서에 심취한 문학소년이었으나, 군 제대 후 홀로 그림을 공부하여 화가가 되었다. 오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로 처음 미술 활동을 시작했으며,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1989년에는 독일과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탁월한 민중판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철수는 1990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 간 그는 그 후 사람살이 속에 깃들인 선과 불교에 주된 관심을 쏟아 심오한 영적 세계와 예술혼이 하나로 어우러진 절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살다보면 편지 쓰고 싶은 날이 있기 마련이고, 그도 그랬다. “편지 쓰고 싶은 날이 많아서, 편지 받고 싶은 날이 많아서” 어느날 저녁 문득 직접 손글씨로 받는 이가 따로 없는 엽서를 썼다. 그저 마음 한 조각을 담은 짧은 편지였다. 마음 ‘안에 있는 그리움’이 그를 부추겼던 모양이다. 쓰기는 했지만 붙일 곳 없어 흐르는 물결에 던졌다던 피천득 시인처럼, 그도 엽서를 물결에 둥실 띄워 보냈다. 강물 대신 인터넷이란 물결 위에 실어서. 그냥 한 번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인데, 그 뒤로도 엽서를 쓰게 됐다. 일 마친 저녁, 짬을 내 엽서를 쓰고 자신의 인터넷집(mokpan.com) 손님들에게 부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리고 엽서에는 ‘나뭇잎 편지’란 이름도 붙였다. 그렇게 띄엄띄엄 보내기 시작한 엽서가 차츰 그에게 일기 같은 것이 됐다. 꾸밀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이 마음가는 대로 쓸 뿐인데 사람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 열광했다. 이 엽서들이 모여서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이라는 책이 되었다. 엽서의 그림과 글은 그의 판화 그대로 깔끔하고, 담백하면서도 가볍고 살갑다. 전시를 위해 공들인 무게감은 없을지 몰라도 힘 빼고 그린 그림과 편하게 쓴 글씨의 매력이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쌓인 엽서들을 또 한 번 묶었다. 그래서 출간된 책이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과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이다. 2008년 겨울에 출간된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에서는 일 년 열두 달, 그와 더불어 사는 이웃들의 소식, 집 안팎에서 만난 생명과 생명 아닌 것들을 보며 느낀 단상들,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세상의 진창길과 그 길에 희망이 되는 징검다리 이야기들을 듣고 느끼는 바를 드로잉과 판화 그림 여백에 적었다. “궂은 날에도 죽기 살기로 꽃대를 밀어 올리는 꽃”처럼, “거칠 것 없는 푸름 한 장인 하늘”처럼, 존재 자체로 자신의 생명을 긍정하는 것들에 시선을 두면서 그 마음 닮아 가자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 그리면 아름다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믿으며 같이 힘내 살자고 어깨를 다독인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선적인 시정과 삶의 긍정을 담아내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판과 함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소리 하나』,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등 판화 산문집, 『이철수의 작은 선물』, 『생명의 노래』 등 판화집과 엽서 모음집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을 출간하였다.
현재 충북 제천의 박달재 아랫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판화작업을 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오래 마주 앉아 나누고 싶은 이야기
1장 삶
인연 따라 아내가 내게 왔다
날마다 좋은 날
집은 천국이거나 지옥이다
온몸으로 자기 생명을 다 드러내는구나
내 입으로 들어가는 생명들에게
2장 자연
마음밭에 농사를 짓다
하늘이 낳고 땅이 기른다
자연은 공평하다
새소리도 법문이리라!
강은 늘 제 길을 간다
3장 마음
저마다 자기 노래하며 산다
나누는 일이 고통스럽던가요?
걷고 또 걸으면 길이 되리라
거기 아무 것도 없다!
욕심의 강이 흐른다, 물살 거칠다
나 다녀간다고 해라
4장 사람
권정생 선생이 그립다
‘함께’가 없는 삶은 가짜다
숲 밖으로 얼굴만 드러내고 사는 것들!
마치는 글 / 삶이라는 바다는 차고 거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