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바닷가
"돌이켜보면 가슴은 아프지만
그로 인해 지난 세월이 행복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시집에 수록된 『소식』이라는 시의 마지막 연이다.
가슴은 아프지만 행복했다고 한다. 왜, 가슴이 아픈데 행복했을까? 그에게는 사랑할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집 속에서의 그 대상은 젊은 날의 연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때로는 장터의 아낙이기도 하면서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기도, 망초나 달맞이꽃이기도, 그리고 옥상에 걸린 달이기도 했다. 심지어 어느 때는 지난밤에 꾼 꿈이기도 하면서 매화꽃 핀 섬진강 길을 신명나게 달려가는 버스이기도 했다. 시인은 그것들을 한껏 사랑했다. 그러면서도 사랑할 대상을 끝없이 만들어 갔다. 왜 그랬을까? 외롭지 않기 위해서였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을 길을 가는 것에 비유하면, 사랑할 대상이 없이 사는 것은 모래사막을 걷는 것과 같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이 모래 바람만 부는 삶, 그 메마르고 건조한 삶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것이 싫어서 그는 사랑할 대상을 찾고, 만들어가면서 사랑하고 가슴 아파 했다. 그리고 행복 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를 내세우고서는 사랑할 수 없다. 대상을 이해하지 않고,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이 있다. 삶이 환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라!
그로인해 때로는 가슴 아플 것이다, 그러나 행복할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