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서울 지방법원에 근무하던 왕 판사가 조용히 사표를 냈다. 1975년 유신헌법을 반대하고 유신체제에 저항하던 학생들과 지식인들에게 창과 저울 양손에 들고 국가 보안법 위반죄로 몰아붙이던 강직한 판사였다. 개업변호사가 된 그는 어깨를 낮추고 검사실과 판사실을 열심히 드나들고, 경찰서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명함을 전해주었다.그러던 왕 변호사가 법의 창 아래 떨고 있는 범법자를 위해 방패를 들고 굵직한 사건을 싹쓸이하면서 가장 잘나가는 유명한 변호사가 되었다. 빌딩을 지어 로펌을 차리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인이 된 것을 보며 사이비 같은 법조실상에 눈을 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