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잊힐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여흥이나 휴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따금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였나 고민해 봅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가 48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훨씬 멋진 일들을 많이 해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런 성격이다 보니 글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내 오늘은 내일이 되고 모레가 되면 조금씩 잊혀집니다. 오늘 이 시간에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는 내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지요. 특별한 추억이 없는 날의 기억은 금방 휘발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오늘의 나는 잊혀 사라지게 됩니다.
시간은 우리에게 망각을 허락합니다. 비로소 내가 살아있었음을 증명할 유일할 증거는 시냅스의 붕괴와 함께 소각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우리를 발전하게 하지만, 시간이 우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말랑말랑하고 연약한 형상이 아니라, 굳건한 활자로써 내 역사를 남기고 싶어요.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나를 기념하지 않으면, 누가 나의 살아있음을 기억할까요?
이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워 욕심을 많이 부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내 넋이 흩어져 사라져도 내 글이 남아 있다면, 그 안에서 내 사상과 감성이 살아 숨쉰다면 나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니까요.
나는 아직 잊힐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202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