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1930년대와 40년대 일본의 대표적인 연애소설 『바람이 분다』가
70년의 시간을 넘어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다시 주목 받다!"
『바람이 분다』는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호리 다쓰오(堀 辰雄)의 순애소설이다. 폐결핵에 걸린 약혼녀를 산 속 요양소에서 정성껏 돌보는 한 남성의 순애보적인 이야기가 간략한 문체로 가슴 아리게 전해지는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쓰인 자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집필된 1930년대 일본은 폐결핵이 크게 유행했고 군부의 힘이 사회 전체를 뒤덮는 등 희망 없는 시대였다. 이에 많은 젊은이들이 고뇌하며 좌절했다. 오랫동안 폐결핵을 앓고 지내던 젊은 작가 호리 또한 그런 절망의 시대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겪는다. 약혼녀의 죽음으로 그 사랑은 끝맺지만, 호리는 순수한 사랑이야말로 어둠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 깨닫는다. 『바람이 분다』는 그 깨달음의 결정체와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소설을 긴 세월 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이유도 그랬지 싶다. 대량소비와 패스트 문화가 판치는 지금 시대에 ‘지고지순’과 ‘순구무구’란 더 없이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것에서 시작된 것이 거장 미야자키 감독의 2013년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이 분다』이다.
한편 “나는 병 덕분에 득을 봤다”는 호리의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란 요소는 그의 문학을 낳을 수 있는 힘이었다. 이런 창작의 흐름은 후대 소설들에 큰 영향을 끼치며 현대 연애소설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바람이 분다』의 영향 아래 태어난 대표적인 현대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