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서사
나의 심장에 꽂혀 있는 작품
미술평론가 류병학
그러니까 2018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제주도를 여행했다. 나는 첫날 신제주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서귀포까지 여행했고, 둘째 날은 중산간(中山艮)을 따라 여행했다. 나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방문했다. 당시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지역네트워크교류전 2018 : 이상동몽(異床同夢)』을 개최하고 있었다. 그런데 초대작가 명단에 ‘이유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혹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아닐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유미 작가는 일명 ‘블랙 독(Black Dog)’ 작가였다. 나에게 여전히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유미 작가의 전시는 2003년 마로니에미술관에서 개최된 그녀의 개인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였다. 그러고 보니 2008년 세줄갤러리에서 열린 『나를 믿어줘(Trust in Me)』도 기억난다. 그런데 그 개인전 이후 나는 이유미 작가의 전시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 나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우연히 ‘이유미’의 이름을 만난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이유미인지 궁금한 나머지 나는 제주현대미술관으로 들어섰다. 동명이인이 아니었다. 나는 이유미의 작품을 보자마자 감동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작품은 나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그녀의 작품을 분석하기보다는 오히려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까닭일까? 이유미의 작품은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제주현대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작품 한 점 한 점을 떠올린다. 그녀의 작품은 나의 머리 속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내가 그녀의 작품을 한 점씩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작품은 나의 마음을 격하게 흔들어놓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전율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녀의 작품이 나의 심장에 꽂혀 있는 것이다.
난 그녀의 ‘인체 조각’에서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인체 조각’은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밀도감 있게 표현되어져 있어 마치 삶의 깨달음을 구하는 구도자(求道者)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녀의 ‘인체 조각’은 청빈과 정결 그리고 순종을 서약하고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따라 수도 생활을 하는 수도자(修道者)나 불도를 닦는 수행자(修行者)로도 보인다. 왜냐하면 그녀의 ‘인체 조각’은 나의 눈에 고행과 명상을 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유미의 작품 앞에서 숙연해진다. 내가 그녀의 작품에서 숭고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라기보다 차라리 ‘못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의 작품은 ‘수다’스런 나의 입을 마치 미싱으로 박아놓은 듯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말문을 막아놓기 때문이다.
머시라? 어떤 점에서 이유미의 작품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냐고요?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녀의 작품들을 조회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내가 이곳에서 그녀의 전작들을 모조리 조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그녀의 개인전들 위주로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개인전은 특정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