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 핀 산야에서
깊은 밤 풀벌레도 숨죽이는
철조망 너머 망초대가 펼쳐 있는 비무장지역의
가늠자 속에서 하얗게 소리치고 있었다.
말과 암호가 일어날 수 았는 찰나를 건너
새벽을 맞이하는 경계지에
끌간 데가 없는 하얀 곡선을 그려 놓고,
그때의 핏물 튀는 총성의 흔적이 흰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산속을 헤집는 길잡이로, 귀에 울리는 전음은
어릴 적 보고 싶은 얼굴을 찾아 헤매던 창신동 골목길에
마냥 층계에 앉아 기다리며 울지도 못했던
저 편에서 올라오는 필름 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공간에
불꽃에 사라진 용사의 혼들이 저리도 하얗게 피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