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한테 묻고 있네
김영길 시인의 시는 사람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자연에 대한 섬세한 공감에서 출발한다. 더러는 비릿하고 더러는 아릿한 냄새가 나는 것도 거기에서 연유한다. 가족과 친척은 물론이고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것이 공감의 대상이 된다. “매미들의 신호”를 읽고, “아기 선인장이 목말 타”는 소리를 듣고, “돌이 신이 되”는 기도도 듣는다. 시인이 듣는 그 소리를, 우리는 우산을 접고 “산도 들판도 접”으며 함께 귀 기울이게 된다. 시인은 또한 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 대상이 하는 내면의 말을 곡해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 적으면서 독자에게 견고한 믿음을 선사한다. 마침내 이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동백꽃이 떨어질 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시인의 시적 대상 속에 들어가 있는 듯이 감성의 캡슐이 툭툭 터지고 동백꽃처럼 활짝 웃게 된다.
― 한혜영 시인
차례
시인의 말
1부 마스크를 쓴 외계인
구계등 몽돌
감
벚꽃, 물에 취하다
이승의 능선에서
무명인 묘
갈대와 억새
난무하는 낙지들
거미의 궁리
마스크를 쓴 외계인
해어화解語花
쥐방울
접으세요
까치들의 이브
걸으며 사색하기
훅 불면 간다
낙엽은 하늘로 오른다
대야 속 꽃게들
걷고 또 걸어서
2부 잔소리 없는 여자가 좋다
비닐의 초서草書
바람은 어디로 갔을까
힘 빼기
그물 짜는 여자
벚꽃잎 날리네
잔설
한 알의 자두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잔소리 없는 여자가 좋다
우리 성姓을 갈자고
큰바람 불고
그·러·려·니
신천지
겨울 장미에게
문산천
윤관장군의 독백
공평하게
돌에 핀 꽃
고향이라는 곳
3부 폐를 나누다
아무렴 어떠랴
명아주 지팡이
천궁과 천국
모딜리아니의 목선
들쑥날쑥
노아실크벨리 방주
어머니의 안부
화살나무
저절로
오빠 생각
민속촌 대장장이
진석 씨
소스라치다
그 대숲에 들고 싶다
함께 살아요
복땍이
폐를 나누다
4부 바라나시 인력거
S형, 잠시 잊었네
길 잃은 곶자왈
말벌이 들다
소통
바라나시 인력거
근로자 최수남 씨
돌의 중심
남아프리카공화국
다시, 이오니아해
곶
공중 도시
신이 된 돌들
죽은 소가 울거든
질경이 겨울나기
영국사 은행나무
절창
동박꽃의 동박새에 대한 기억
■ 해설 사라져 가는 것들을 위하여│황정산(시인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