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
[한국 시나리오 걸작선] 제16권. [한국 시나리오 걸작선]은 한국 영화 역사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신작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다. 휴대하기 편리한 판형으로 만들어, 시나리오를 쉽게 접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초우]는 신분을 속인 두 남녀의 허세와 터무니없는 야망이 무너지는 과정을 여지없이 보여 주는 멜로드라마다. 출세욕에 눈 먼 자동차 세차공인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부잣집 외동딸과 사귀게 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심초사다. 용의주도하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명문가 아들로 행세해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 두 사람. 한편 여자 쪽 역시 숨기는 게 있었으니, 바로 남자처럼 신분을 속인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깊어질수록 양심의 가책은 커지고 견디다 못한 여자가 솔직히 털어놓자, 충격 받은 남자는 미련 없이 여자를 떠난다.당시 신인이었던 문희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계층 간의 불화가 교묘하게 맞물려 있다. 소재와 영화적 기법, 그리고 주인공들의 연기가 눈에 띄게 신선하여 그 당시 비교적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려졌다. 현실성이 부족한 인물 묘사가 단점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놀라운 영상 기교로 일상적인 규격에서 탈피하려는 두 주인공의 내면을 포착했다. 청춘 영화 [초우]는 흑백 영상의 밀도를 높인 작가의 의욕으로 정진우 스타일을 구축하여 영화 작가로서 가능성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