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형태가 될 때
이기본은 각각의 필름마다 알맞은 현상액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도의 현상액을 사용해서 현상하는 크로스 프로세스 현상법을 채택한다. 따라서 크로스 프로세스 현상법은 까다롭다. 그러나 크로스 프로세스가 까다로운 만큼 특별한 사진을 탄생시킨다. 크로스 프로세스 현상법을 거쳐 탄생한 이기본의 컬러사진은 독특한 색조 변화뿐만 아니라 명암의 대비도 커서 컬러도 강렬하다.
이기본은 당시 서울경제 조상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무엇을 왜 찍는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은 많이 하지만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을 적게 한다”고 지적하며 “사진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철저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에 사진을 잘 한다는 것은 자신이 다루는 기법과 기술까지 포함한다”고 말한다. 조 기자는 이기본의 사진에 대한 진술을 한 마디로 “형식이 곧 내용”이라고 보도한다.
당시 이기본의 ‘사진이 형식이 될 때(when photograph become form)’는 1969년 스위스 쿤스트할레 베른(Kunsthalle Bern)에서 열린 하랄드 제만(Harald Szeemann)의 기획전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orm)』와 마찬가지로 논란을 일으킨다. 왜냐하면 이기본은 사진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는 한국 사진계에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는 ‘사진의 인문학’에 주목하고 있는 국내 사진계에 ‘매체로서의 사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말이다.